유명 연예인이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흔히들 병역을 신성한 의무라고 한다. 국가와 민족과 내 가족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는 성스러운 일이라는 굳은 믿음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듯하다. 선거 때나 공무원들의 인사청문회는 물론이고 연예인들도 병역과 국적의 문제로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진 예가 적지 않다.
헌법상 국민의 의무이긴 하지만 사안에 따라 또는 그 대상 인물에 따라 병역과 관련한 국민들의 기준은 들쭉날쭉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을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어도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무슨 무슨 부대에서 복무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병역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고 권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서 생기게 된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원래 잘했을 때 상을 주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에게 맹렬한 비난을 하는 이 사회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우리나라만큼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 몰두하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4년을 위해 젊음을 불태운 사람들이 메달을 위해, 그것도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목을 건다. 태극기가 올라가면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티브이를 통해 보는 사람마저도 뭉클해지니 당사자야 지난 세월 얼마나 설움이 복받치겠는가.
그토록 장한 일을 해냈으니, 상을줘야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상이란 누구나 좋아하고 가지고 싶어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그 무엇인가로 주어야 맞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병역의 의무를 하지 말라고 한다. 아니, 군대를 가지 못하게 국가가 막는다는 것은 상이 아니라 벌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타플레이어들이 계속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정상에 우뚝 서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싶다.
문제는 이중성이다. 군대란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니 훌륭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는 상으로 면제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논리가 맞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처럼 군대란 누구나 가야 하는 자랑스러운 일인 것처럼 말하면서 면제해 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신성하고 자랑스러운 의무라면 금메달리스트에겐 군대를 한 번 더 가도록 배려해 줘야 하는 것이 맞다. 이 사회의 적지 않은 문제들에 있어서 구성원들은 알게 모르게 이중성에 빠지곤 한다.
국위선양 한 사람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회라는 것은 다시 말해서 병역을 권장 사항이 아니라 힘들고 고되고 위험한 것으로 취급하는것에 불과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군대 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내심에는 나는 고생했는데 너희들은 돈과 권력 있어서 가지 않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오락가락하는 기준으로 볼 때 병역은 권장 사항인가 아니면 기피 사항인가. 병역이나 스포츠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구성원들이 합리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자기감정에 이끌리는 것은 이 사회의 산적한 다른 중요한 문제들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