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연맹 상황과 관련하여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의 특징이자 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 논리적 공박을 하고 객관적 근거를 통해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연맹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의견을 나타내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표하는 글 역시 올라옵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댓글 중 하나를 읽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비판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는 댓글이었습니다. 반대되는 의견, 비판의 의견을 정확한 사태 인식과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재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사주한 것이라고 예단을 하고 공격하는 모습이야말로 연맹 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합니다.
저는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의 탄압에 이은 해고 등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서비스 연맹에 지원하게 되었고, 채용 결정 통보는 2008년 3월 중순쯤에 받았으나 이유도 모른 채 대기만 하고 있다가 4월 22일 자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서비스연맹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비정규직으로서, 적은 조합원의 숫자로서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미력하나마 제 힘이 되는 한 허무하게 깨지는 노조가 생기지 않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연맹에서 근무를 시작한 날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으나 정확한 내용은 알 길이 없었고 별일 없을 것이니 열심히 일을 하면 된다는 임원의 말을 그대로 믿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11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1월 28일의 연맹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많은 예측과 이야기들을 들으며 뭔가 중대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은 했으나 한편으로는 기대 또한 했습니다. 누가 잘못을 했든, 그로 인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열렬하고 멋진 민주주의의 잔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공박, 그에 대한 논리적 방어와 반격, 토론과 재토론의 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대안을 세우고……. 모든 과정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진행되어 그 끝을 볼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거듭나는 민주노조의 탄생을 기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대의원들의 발언은 몇 사람이 분위기로 짓눌렀고 대부분의 대의원은 묵묵히 회의의 진행과 결말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그렇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3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2009년이 되어 1월 16일에 임시대의원대회가 다시 열렸습니다. 연맹 규약의 적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성원에 대한 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대의원의 발언에 대해 11월 28일과 마찬가지로 짓밟고 묵살하는 발언이 나왔고 그렇게 대의원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절차는 그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절차란, 행여나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험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절차는 그 구성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방패이며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든 피해가 돌아갑니다.
좋은 목적을 표방한다고 해서 국회의 총원과 정족수를 임의로 끼워 맞출 수는 없습니다. 우리끼리 다 아니까, 좋은 목적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절차는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은 우리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입니다. 절차를 어긴 것이 있다면, 더군다나 알고도 그러한 것이라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러나 대의원 동지들께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계십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대의원들도 계십니다. 심지어 그냥 대세가 흐르는 대로 가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대부분 위원장이신 대의원 동지들이 각 단사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연맹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노조의 조합원들이 무관심하거나 대세에 따르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너무나도 많은 고려가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집단입니까? 우리가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무슨 고려가 그리도 많았습니까……. 해야 하니까 한 것 아닙니까? 현재 비대위가 잘못한 점은 있으나, 향후 대안이 없으니 덮어두고 가야 한다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지금껏 조용히 있다가 왜 이제야 목소리를 내는가 하는 비난도 있습니다. 하지만, 늦었더라도 잘못된 점을 분명하고 바르게 고친 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서비스연맹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한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째서 향후의 대안을 몇 사람이 모여 고민하려 합니까.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의원 한분 한분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가감 없이 판단자료를 제공하면 될 것입니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하거나, 몇 사람만이 내용을 공유하여 이끌어 가는 모습은 이제 서비스연맹에서 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자고 지난해 11월 28일에 뼈를 깎는 아픔을 겪은 것 아니겠습니까. 오비이락이라고 했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동지들이 있고 비판의 목소리들이 있다면 겸허히 듣고 수용해야 합니다. 비대위의 잘못이 있다면 모두 꺼내 놓고, 연맹 사무처의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후보들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겸허히 수용하여 모든 조합원과 대의원들이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판단한 연후에 새로운 서비스연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연맹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댓글 중 일부입니다.
평소에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꼭 이럴 때만 되면, 헛소리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죠. 직접 출마하시던가요. 정말 한심합니다.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딴지만 걸고 있으니... 혹시 자본 프락치 아냐? 전 위원장 똘마니던지. 민주노조 외치는 분들은 얼마만큼 민주적으로 노동운동을 하셨는지요. 연맹 홈피가 헐뜯고, 손가락질하기 바쁘네. 언제부터 이렇게 관심이 많았는지...
수습이라는 것이 그저 덮고 넘어가는 것을 말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딴죽을 거는 것 역시 객관적 근거에 의한 딴죽이라면 얼마든지 필요한 것이라 봅니다. 당신은 얼마나 잘 해왔는가라는 말 역시 본질에서 벗어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싸울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대통령 선거 끝난 지 1년이 넘었고, 어찌 됐든 유권자들이 결정을 했는데, 이제 와서 딴죽을 거냐는 저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 위원장 똘마니들의 목소리 아니냐는 비난은 서비스연맹 문제의 클라이맥스이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발언입니다.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절차적, 도의적 잘못이 있었다면 아무리 늦었더라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때는 잘 몰라서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이제라도 대의원들이 정확히 내용을 숙지하고 회의에 참석하여 연맹의 새로운 기틀을 세우는 데 앞장서야만 합니다. 잘못된 문제의 시발점으로 돌아가 올바른 재탄생의 시도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든지 원래 하려던 대로 수습(?) 내지는 덮고 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비스연맹의 일원으로서 조합원 동지들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여 기본을 반듯하게 세워 주십시오. 민주주의의 원칙을 우리부터 지켜나가는 일에 앞장서 주십시오. 우리가 내세울 것은 자본들과 같은 악랄함도, 잔머리 굴림도 아닙니다. 투박하게 원칙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진정한 우리들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원칙을 통한 민주노조를 세울 수 있고 우리가 꿈꾸는 노동해방을 맞이하여 모든 노동자와 대중이 돈 보다 인간다운 삶을 함께 영위해 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특정인을 반대하고 다른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기우도 생기겠습니다.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아직도 그러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지들이 계신다면 서비스연맹의 미래는 암울함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규약에 어긋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절차가 맞느냐 틀렸느냐가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열어 놓고 폭 넓은 의견 수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간의 마음속 응어리와 답답함을 모두 날려버리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최근 며칠 동안 진행된 과정을 보면, 문제 제기가 있어도 가능하면 끼워 맞추려 하다가 정확하고 객관적 근거로서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어쩔 수 없이 후퇴하는 식의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지못해 수긍할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가 시원하게 잘못을 받아들이고 모든 구성원에게 열어 놓아 앞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반대와 비판과 오해가 따른다면 양심과 눈물로써 호소해서라도 전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 단추로서 대의원대회에 모든 대의원 동지가 참석하여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깊은 관심과 열정으로 해답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그리해서 연맹 사무처의 동지들이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3개월여 동안 고뇌의 나날을 보내며 지켜보다가 이렇게 저의 생각을 글로서 올립니다.
길고 조잡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