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마무리 하며 - 노동조합에 관한 소견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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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헌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의 법률에 따라서 누구나가 자유로이 설립할 수 있고, 이후 법률의 보호를 받으며 활동을 할 수 있다. 설립신고서에 양식만 갖추어 제출하면 해당 관서에서는 3일 이내에 설립 필증을 내어주게 된다. 2007년 2월 8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약 1년여 지나오면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또한 법률만 가지고선 되지 않는 것이 노동조합이란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법률에 의한,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 속에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동료들을 규합하고, 나름대로 조직을 꾸려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때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거의 비슷할 거로 생각한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사측의 태도가 그럴 것이고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조차도 행사할 수 없는 환경이 그렇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연차휴가조차도 사용할 수 없었고 수당은 고사하고 반강제로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 등에 견딜 수 없어서 노동조합 설립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혼자서도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울 수야 있지만, 그럴 경우 사측에서는 콧방귀만 뀔 뿐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않기에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만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현실적 어려움이란 

첫째,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도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불순한 조직으로 본다는 것. 과거 독재정권의 세뇌 교육 덕택인지, 일단 '노조'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위축되게 만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불순한 조직이라면 어찌하여 헌법에서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인지. 

둘째, 같은 노동조합이라 해도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요즘 세간의 이슈가 되고있는 '비정규직' 등, 몸담은 직장에 따라 그 노조의 싸움하는 모습은 천양지차가 난다. 심지어, 노동위원회의 위원이라는 자들에게 "비정규직이 무슨 노동조합이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노조 설립 후 가장 많이 외친 구호가 '연대'라는 단어였지만 연대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그들만의 리그' 즉,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자들끼리의 연대일 뿐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조합들은 약자인 조합들에 연대라는 것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민주노총과 상급단체인 연맹은 '투쟁'과 '단결'을 외치도록 가르쳤지만 정작 그들의 행동은 외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셋째, 법은 법일 뿐 현실과는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사측에서 임금을 주지 않아 체불이 되면 노동부에서는 조사를 한 후 체불임금을 확인해 준다. 그렇게 해서 검찰에서 수사에 들어가지만, 체불임금을 사측에서 내놓지 않고 버티면 결국 민사소송을 해서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어느 세월에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싸움을 해 나갈 수 있겠는가. 또한, 사측에서 맞고소 등으로 막가파식의 행태를 보일 경우 맞서 싸우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 거기에 더해, 만약 1년짜리, 6개월짜리 비정규직의 노동자는 계약기간 만료 후 사측의 계약 해지라는 칼날에 버티기 어렵다. 그러므로, 밉게 보이지 않기 위해 싸움을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끝으로, 사람들 자신의 문제가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 인간의 사회, 또는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느끼는 내용일 것이라 짐작한다. 결론은,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은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몸부림의 와중에서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고(헌법,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적법한 활동의 매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깊은 고찰과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동료들을 어떻게 아우르고 조직을 끌어 나갈 것인지. 현재 내 동료들은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인지. 일단 조직이 되고 나서 회사와는 어떻게 대화와 싸움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 우리 현실에서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나아가야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회사가 막가파식으로 나올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것인지. 노조 동지들의 다른 의견들을 수렴하고 결정할 때, 무조건 민주적 절차에 의할 것인지. 법적으로 부딪혔을 때 승산이 있는지. 당위로서의 결과가 아닌 현실적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논의와 심사숙고가 있지 않고서는 이 사회,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몇몇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기업의 노조가 아니라면 너무도 힘들고 먼 길이다. 물론 싸움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이길 준비를 마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주변의 조언을 듣고, 나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시작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태일 열사가 목숨을 바치며 스러져간 것이 어느덧 서른일곱 해를 지났다. 그의 마지막 외침을 21세기인 2008년에 와서도 똑같이 외쳐야 하는 이 사회 이 현실이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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