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출발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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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선언서는,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했다.


여기에서 조선은 역사 속 왕조인 조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왕조에 속박된 백성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조선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자주적인 사람들임을 세계만방에 알린 것이다.


조선의 왕 세종(1397~1450)은 백성들이 전하고자 하는 뜻을 우리글로 쓸 수 없음을 불쌍히 여겨 한글을 만드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백성에 노비∙천민은 낄 수 없었다. 만약 그런 자들을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글자가 없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는 본질이 다른, 노비제도를 없앴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이 그토록 사랑 넘치는 왕이었다니 말이다.


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노비이면 무조건 노비가 되는 ‘일천즉천’ 제도나 어머니가 노비인 경우 아이의 신분이 자동으로 노비가 된다는 ‘종모’법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대를 이어 노비를 양산했다.


때에 따라 노비에 관한 제도의 변화는 있었지만 신분 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본질은 그대로였다. 그러니 신분제 폐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반역에 해당하는 중죄였다. 노비제도를 유지한 본질적인 이유는, 이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경제의 주축이라는 점에 있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을 이 땅의 주인으로 선언한 3.1운동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며 주권자인 국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다.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 국가가 아닌 ‘국민’을 주체로 명시하며 3.1운동의 정신을 잇고 있다.




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은, 국민 5천만 명이 모두 주권을 행사한다면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 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혀 물의를 빚었다. ("국민 모두가 주권 행사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라는 통일부장관, 「뉴스데스크」, 『MBC』, 2023.09.06.)


자연인 신분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위원으로서의 발언이기에, 사안의 중대성이 작지 않은 것은 물론, 일관된 그의 언행을 볼 때 일회성이 아닌 철학으로 굳어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각이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대한민국에 하나의 세력으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무지에 의한 것이든 어떤 목적을 지닌 고의에 의한 것이든 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친 국민 삶의 질 향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주인으로서의 참여가 부인된 채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한 국민의 삶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함과는 거리가 멀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또다시 헌법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원천적으로 지우려는 강력한 시도가 이어지는 이 시기에, 우리 민주주의의 모습과 철학을 기초하고 선언한 자주민들의 3.1운동, 이의 실천을 위해 타국 땅을 돌며 목숨 걸고 자주국의 초석을 다졌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정을 살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의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한국의 특별한 역사적 배경, 오늘날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기준 내지 감정에 대해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이란 왕정을 폐지하고 국민(인민)이 권력의 창출자이자 운영자로서 참여하는 정치형태를 뜻한다. 그러므로 영국, 일본 등은 공화국이 아닌 입헌군주국이다.


소수의 세력이 모든 권력을 쥔 채, 자신들 입맛대로 법을 제정해 심지어 인명 마저 자의적으로 빼앗던 시대를 끝내고, 모두의 합의에 의한 법제도 마련을 통해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인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채택, 시행하게 된 것이다.


공화국의 법치가 절대왕정이나 그 이전 시대의 ‘악법도 법’이라는 식의 법치와 명백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권력은 분립되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보루로서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결국 법치나 권력분립의 바탕에 국민이 주인이라는 ‘주권 재민’을 기본적인 철학으로 삼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참고로, 많은 사람이 검찰을 사법부로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검찰은 행정부의 한 기관이며 검사는 직속으로는 국무위원인 법무부장관, 임면권자이자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공무원이다.


각 군 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것과 같은 것으로, 만약 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의 지휘를 거부하고 자기 뜻대로 군대를 지휘한다면, 반란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의 거짓 선동과 국민의 무지가 버무러져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뉘며, 여기서 사법부란 대법원과 각급 법원, 그리고 그에 속한 판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 규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실현의 결정적인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하여 참여하고 실천하는 책무를 감당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헌법 전문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적 정통성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못 박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민주주의란 주권자의 의지와 폭압에 맞서는 투쟁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선언한다. 부정과 불법, 공권력을 동원한 독재에 맞서며 항거한 정신을 계승한다는 헌법의 철학은 지금도 진행형일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는 토머스 제퍼슨(1743. 4. 13 ~ 1826. 7. 4, 미국의 3대 대통령)의 말이 상징하듯, 마치 꺼진 불과 같이 독재와 민주주의 압살 시도는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후에도 역사의 반복이 재현된다면 3.1운동으로부터 이어받은 민주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비폭력’이 허용될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의 저항권 조항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 20조 제4항:

모든 독일인은 이러한 질서의 폐지를 기도하는 자에 대하여, 다른 구제수단이 불가능할 때는,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



3.1운동의 의의


1919년 3.1운동은 수천 년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기념비적인 일이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3∙1운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일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주독립 운동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기본 틀로 하는 독립 국가를 건설하려는 운동이었다. 그렇기에 영토를 빼앗긴 상태에서도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등 국가의 틀을 마련했고, 국토 회복과 독립의 그날을 고대하며 투쟁한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0일 상하이에서 구성한 임시의정원 개원으로부터 시작한다. 헌장을 제정하고 제1조에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한다고 정한 후 정부가 출범했다. <민국>은 국호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뜻을 담은 표현이다. 또한 헌장은 남녀와 귀천, 빈부의 계급 없는 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했다.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여러 곳에 세워진 임시정부를 통합하여 상하이에서 출범했다. 일제의 탄압·보복·미행 등을 피해 여러 곳(상하이, 항저우, 자싱, 난징, 창사, 광저우, 치장, 충칭)을 전전하며 남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한 기초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이 곧 민주주의 운동이 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법적 정통성을 명확하게 세운 것이다.








3.1운동의 비폭력성이 대중의 참여를 이끌고 평화애호의 정신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굳어진 3.1운동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폭압을 행하던 세력이 피해자의 비폭력과 무저항에 감동해 물러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항과 투쟁으로 인간의 존엄을 찾은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3.1운동 첫날부터 폭력운동이 전 국토에 걸쳐 일어났다는 주장이 있어 참고할 만하다. 조선인들이 경찰관서를 습격했다는 헌병경찰 당국과 지방장 관들의 일일 보고서가 남아있고 경찰서장을 포박하여 총기와 탄약을 탈취, 백병전으로 사상자 발생, 일장기 소각, 일본군 헌병 분대를 습격하여 중위를 치사케 하는 등 초기부터 치열한 투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3.1운동에서의 폭력과 그 함의, 김영범, 「정신문화연구」제41권 제4호(통권 153호) 67-104쪽, 한국학중 앙연구원, 2018.)





나아갈 길


국가형태를 민주공화국으로 정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1987년의 민주항쟁 직후 헌법은 아홉 번째 개정하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확인하고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문화했다.


평화통일을 사명으로 하며 모든 사람의 기회를 균등히 하는 것은 물론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것까지 다짐하고 있다. 이는 3.1운 동 당시 존립마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인류 평등의 대의를 주창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 교육기본법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는 것과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삼고 있는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 이 같은 선각자들의 철학이 오늘의 대한민국에 깊이 스며들고 있음에 서 연유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민주주의가 책이나 법전에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3.1운동에 참여한 선열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구심점으로 투쟁에 나섰던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계승해 우리의 삶 속에서 생명체로 진화 발전케 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책무일 것이다.


그것이 곧 각자의 인간다운 삶은 물론 후손의 안녕과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해서 정치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람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약속하는 취임 선서를 한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하는 선서는 헌법 제69조의 내용을 읽는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위헌에 해당하는 것인데, 과연 이 선서대로 업무를 수행한 대통령이 있었는지는 회의적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주권자인 국민이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잠만 자고 있다면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선각자들이 목숨바치며 세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신을 되살려 다음 세대에게 잘 물려주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의무다. 그것이 곧 인간다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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