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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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을 자본주의 사회라고 말한다. 그런데 헌법을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규정은 없다. 헌법 130개 조항 가운데 그나마 경제와 관련 있는 제119조는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균형, 소득 분배, 경제력 남용 방지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해야 함을 명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갑을 관계니 비정규직이니 하는 단어들이 날마다 세간에 화제가 되는 이 구조를 우리는 왜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관한 본질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통해 현실에서 우리들 삶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매우 경직되고 숨 한번 고르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피에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생산자본이 금융자본에 종속되어 하루 하루 생산하는 이유가 오로지 이자를 막고 빚을 갚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것. 이곳을 통하면 대한민국 안에서 못 만들것이 없다던 청계상가의 수공업자들이 반지르한 시장(市長)의 말장난에 이은 개발논리에 밀려나 세상의 뒤안길로 내몰리게 되어,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급전을 빌리게 된 사람들의 모습은 '아 대한민국'에 이어 '필승 코리아'에 도취한 이 사회 대중들의 자화상이자 그림자였다.


고층 건물의 외벽 계단에서 뛰어내리는 자영업자가 내뱉은 말은 이 사회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수십년 청춘을 바쳐 노동을 했건만 결국 재개발이니 뭐니 하면서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신앙으로 믿는 자들에게 송두리 채 바친것일 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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