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깊은 산 속이나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사람이 어찌해서 생존하는 것이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종족을 확장하고 사회를 번성시키며 지금과 같은 인류(人類)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협력 그리고 노동이 필수였습니다. 모두가 노동을 꺼려한다면 인류는 당장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자급자족의 시대에는 스스로 구하거나 만들어 사용하면 그만이었지만 자본주의는 상품의 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이므로 생필품 등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폐를 손에 쥐어야 합니다. 가진 것이라곤 노동력밖에 없는 사람이 생존하려면 임금 형태로 화폐를 구해야 하므로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합니다.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여기서 근로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입니다.1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근로를 의무로 정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하지 않고 굶는 것도 개인의 자유라고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노동을 하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를 통해 놀고먹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그들은 근로의 의무를 면제받은 것일까요? 대한민국은 사유재산이 인정되므로2 근로 하지 않고 투기를 통한 부의 획득, 증가가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헌법상 근로의 의무 조항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기원전 1400년경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벽화는 노동하지 않고 사는 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함을 기치로 내 건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논점
- ‘모든’ 국민의 범위
- 근로의 의무
- 민주주의 원칙
해설
1. ‘모든’ 국민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3 「국적법」에 의하면 출생, 인지, 귀화 등을 통해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통치권에 복종할 의무를 가진 개개인의 집합을 의미 한다는 설명도 있으며4 국가이전에 실존하는 자연인으로서 국가를 형성하는 사실상의 구성요소로서 국가창설, 국가의 정당성부여 및 국가 활동의 근원적인 단위가 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5
2. 근로의 의무
헌법이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이유는 근로의 의사가 없는 국민에 대해서까지 국가가 생존권을 지켜줘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있습니다. 근로할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회보장적 국가 급여 지급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6
근로의 의사는 있지만 국가의 일자리 마련 대책의 미비 등 여러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놀고먹으려는 사람은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투기 등의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행위는 어떻게 설명이 될 수 있을까요? 투기행위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인양 정부가 나서서 왜곡된 교육을 주입하고 있는 현실은 반 헌법적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자료 조차 투기를 통한 부의 획득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7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8 그러므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근로의 의무는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노동인가, 노동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즉 노동을 바라보는 철학이 어느 정도로 인간중심적인가의 여부에 의해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3. 민주주의원칙이란?
강제노역을 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9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생필품을 얻기 위해 임금을 받아야만 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취업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굶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굶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길을 나서야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은 미끼의 역할을 하며 강제노역을 하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수세기에 걸쳐 진행된 인클로저10는 자본주의화 되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산업혁명이라는 생산방식의 획기적인 변화와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무일푼 노동자의 수는 늘어나는 공장의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빨랐으므로 걸식을 하거나 도적, 부랑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본주의가 먼저 진행된 영국 정부는 잠재적 노동자인 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헨리7세는 일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고 헨리8세는 건강한 육체의 사람이 부랑자 생활을 하다 걸리면 채찍질을 가하고 구금시킨 뒤 강제노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 체포되면 채찍질 후 귀를 자르고 세 번째는 중범죄자로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1572년 엘리자베스가 다스리던 시기에는 14세 이상의 거지를 고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거지에게 채찍질과 함께 귓바퀴에 인두로 낙인을, 세 번째 적발되면 국가에 대한 반역자로 취급되어 가차 없이 사형에 처해졌는데 이와 같은 노동의 강요와 처벌은 앤 여왕에 와서 폐지됩니다.11
무일푼인 노동자들에게 노동은 강제적인 의무였으며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으므로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얻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자신의 노동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일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기본적 인권을 누릴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는데12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인권이라 말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 근로기준법 제2조
- 권영성, 『헌법학원론』, 2001, 법문사, 668쪽
- 헌법 제2조 제1항
- 김철수, 「헌법학개론」, 2007, 158쪽
- 헌법재판소 2003. 1. 30. 선고 2001헌바95 결정
- 김형배, 「노동법」, 2012, 124쪽
-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http://www.fss.or.kr/edu/contents/dataroom/edu/e-learning.jsp)
- 헌법 제11조 제1항 및 제2항
- 김형배, 「노동법」, 2012, 124쪽
- 양털을 깎아 양모를 생산하기 위해 농지를 목양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이 대책없이 농토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이어지며 공장이 있는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
- 로베르트쿠르츠 엮음, 강신준 김정로 번역, 「맑스를 읽다」, 2014, 302-304쪽
- 헌법 제10조
